짧은 생각

차별적 행위는 모두가 나와 같을 거라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로즈누 2020. 9. 4. 13:26
"줌 수업 너무 싫다. 교수님들은 모든 학생이 개인 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서울 한 대학교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내 방이 없어 옷이 가득 쌓인 더러운 옷장 방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그런데 (교수님은) 무조건 화면을 켜라고 하니 난감하다”고 했다. 이어 “가족들이 계속 방을 들락날락하니까 가상배경을 깔아놔도 쓸모가 없다”며 “카페에 갈 수도 없고 재택근무하는 가족들도 밖에 안 나가니 줌이 아주 스트레스다”고 썼다. 이 글엔 “나도 마찬가지”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출처: 중앙일보] "은박지 깔아라" "렌즈 뭉개라" 요즘 1020 줌 스트레스

지난 3월 코로나19가 급격한 확산세를 보이면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어야 할 학생들이 그렇지 못 하는 상황이 되자 교육부가 내놓은 방안은 원격교육이었다. 당시 여러 문제를 고려했을 때 이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었으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집에 컴퓨터가 없는 학생들에 대한 부분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자 사람들은 오히려 다음과 같이 이를 일축했다. "요즘 세상에 컴퓨터 없는 집이 어디있나요?"

 

차별적 행위는 저 사람과 내가 동등한 위치에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시작된다. 우리 집에는 컴퓨터도 있고 TV도 있고 최신형 로봇청소기도 있으니 너희 집에도 당연히 있겠지라는 착각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집에 컴퓨터를 갖고 있으니 컴퓨터를 이용해 수업을 한다는 방안은 결과적으로 집에 컴퓨터가 없는 소수에 대한 차별행위다. 그리고 이러한 차별은 앞서 말한 편협한 사고로부터 비롯된다.

 

사실 세상 만사를 이런 논리로 이해하려고 하면 사는 게 몹시 피곤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분명 어딘가에는 존재해야 한다. 세상 모든 일을 일반적이고 보편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게 된다면 이 세상은 언젠가 비극으로 치닫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