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의사 파업 논란에 정답은 없다

로즈누 2020. 9. 14. 11:11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삶을 살고, 그렇기에 서로 다른 현실에 놓여있다. 내가 사는 현실에서는 반대편 현실의 문제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사를 오고가는 문제일 수가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현실에 사는 우리는 결코 반대편 현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정부의 4대 의료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서로의 주장이 결국은 서로 다른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입장에선 당장의 열악한 의료계 노동환경에 대한 고려 없는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의 설립을 주장하는 정부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왜냐면 지금 당장 나를 비롯한 내 옆의 동료 의사들이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편 현실에서는 지방의 열약한 의료환경 때문에 제때 제대로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하고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파업을 강행하고, 지방 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의사들이 이기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오늘날의 사회는 너무나 많은 가치와 현실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모두의 공익을 100% 실현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고 원만한 합의를 위해서는 건전한 토론과 논쟁이 필요한 것이다.

 

비단 지금 갈등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대다수의 갈등이 이런 식이다. 누구도 100% 승리할 수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든 승리하고자 각자의 이익만을 앞세우면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양보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건전하게 서로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토론해야 한다. 지금의 갈등도 부디 원만한 합의를 통해 해결이 되길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