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겨레 출판편집학교 강의 중 변정수 강사님의 강의가 기억에 남는다.
먼저 고지되었던 강의의 주제는 교정교열과 어문규범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실제 강의에서는 보다 폭넓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여러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엿볼 수 있었던 강사님의 편집 철학이었고, 나의 뼈(?)를 때렸던 내용은 독서라는 활동과 편집자로서 독서를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한 것이었다.
강사님이 말씀하시길 편집자로서 해야할 독서는 '정독'이다. 심플하지만 동시에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생각과 사상의 집합체인 '책'이라는 물건은 그 만한 무게가 있는 것이기에, 이를 제대로 읽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읽은 사람에게 '인상'을 남기게 된다. 만약 자기가 책을 읽고도 아무런 인상이 남지 않았다면 그것은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다. 강사님의 말을 빌리자면 이건 그저 책을 '구경'했을 뿐이다.
강사님의 강의를 듣고 지난 나의 독서를 되돌아봤다. 나는 과연 책을 '정독'했던 걸까? 아니면 그저 '구경'하기만 했을 뿐일까?
아마 내가 읽었던 대부분의 책을 나는 '구경'해왔던 것 같다. 그를 증명하듯이 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대부분의 책에 대한 인상이 희미하게라도 남아있지 않다. 책을 읽은 건 분명한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책을 읽고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편집자를 희망한다는 인간이 다독도 하지 않았는데 읽은 책마저 정독하지 않았다니, 강사님의 말대로 이런 내가 편집자가 되려한다는 건 일종의 만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게 큰 인상을 남긴, 나를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하게 만든 책이 숫자는 적을지라도 나에게 존재하긴 한다. 내가 편집자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그러한 책들을 읽은 후였다.
결국 중요한건 지금인 것 같다. 앞으로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아마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은 일인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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