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면서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감을 느꼈던 적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내가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환경에서 자랐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우리집은 굳이 따지자면 평균 이하의 가정이었다.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이혼하시고 그나마 어린 나를 돌봐주시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내가 15살을 넘기 전에 모두 돌아가셨다. 당장 학업과 생활 전반을 스스로 책임져야 했던 나지만 그것 때문에 내 미래가 불행할 것이란 걱정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항상 내가 어떤 식으로든 성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미래를 상상하는 쪽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는 근자감이다.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좋은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꿈을 일찍이 버렸다. 아마 별 뚜렷한 학업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내가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한 자기객관화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입시 스트레스에서도 꽤나 자유로웠다. '포기하면 편해'랄까. 주변 어른들도 내 진학에 대해 별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하고 놀고 싶으면 놀았다.
당시 나의 꿈은 소설가였다. 나는 이때 내가 소설가로서의 아무런 자질이 없음을 하루 빨리 깨달았어야 했다. 그러면 지금 상황이 조금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여튼, 매번 장래희망란에 소설가를 적어냈던 나는 내가 언젠가는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글쓰기 보다는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썼던 주제에 말이다. 자기객관화 능력은 있었는데 현실감각이 많이 떨어졌던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나는 일종의 허황된 미래를 좇아 어영부영 입시를 준비했고, 그렇게 나는 별탈 없이(라고 쓰고 불행히라고 읽는다) 수도권 대학의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나는 여전히 나중에 내가 글을 쓰고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글은 여전히 쓰지 않았고 때문에 올라가는 건 내 글쓰기 실력이 아니라 롤 티어 뿐이었다(이마저도 중간에 멈췄다).
그렇다고 내가 국어국문학과 진학한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나는 다른 것보다 글과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고, 국어국문학은 이런 나의 흥미를 나름대로 충족시켜주었다. 그런데 적어도 이때부터 나는 글로 먹고 사는 건 내게 일어나지 않을 미래임을 깨닫고 현실적인 취업 준비를 시작했어야 했다. 적어도 군대를 전역한 후에는 그랬어야했다...
전역 후 3학년 까지의 학기를 마치고 2년 동안 휴학한 나는 휴학이 끝나고 나서야 지금 내가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취업을 하기에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내 자신을 이제야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이래서 다들 공무원 준비를 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나 보다 싶었다.
그래서 곧 졸업을 앞둔 요즘 마음이 많이 불안하다. 조금만 어렸을 때도 어떻게든 인생이 술술 풀릴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었는데, 코 앞에 닥치고 나니까 내가 얼마나 안하무인 했는지가 뼈저리게 느껴진다. 아둥바둥 먹고 살려고 했던 아르바이트 말고 이력서에 내세울 경력 하나 없으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가 조금 착잡하다. 하...
다른 것보다 매분 매초 마음이 불편하다는 게 제일 괴롭다. 그냥 누워 있으면 왠지 안될 것 같고, 그래서 뭘 하긴 해야겠는데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계속 되도 않는 채용 사이트나 왔다갔다 거리고 있자니 자괴감이 든다. 이런다고 뭐가 해결되는 게 아닌데 말이다.
이제 드디어 나도 취준생이 되는건가... 한 번도 그런적 없었는데 이제는 내 미래가 걱정된다. 불안하다.
잠이 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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