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난 후 지난 3월부터 나는 운동을 시작했다.
체중감량이나 몸 만들기라는 특정 목표를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냥 살면서 언젠가는 운동을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기도 했고,
마침 코로나 때문에 외부활동이 제한되다 보니 딱히 할 일도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루에 15분 정도 팔굽혀펴기를 하는 게 목표였다.
군대에서 그나마 쌓아왔던 기초체력도 다 사라진터라 팔굽혀펴기 3개를 하고 나니 팔이 후들거렸다.
어떻게든 한 세트에 열 개를 채우겠다는 마음으로 안되면 안되는대로 무릎을 바닥에 대고 했다.
그러다보니 금새 열 개는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더라.
그렇게 하루 15분 하던 운동을 30분으로, 45분으로 늘리다가
지금은 아침 하루 한 시각씩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을 한다는 사람치고 아직도 뱃살은 출렁이지만 그래도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변한 게 많다.
먼저, 확실히 체력이 좋아졌다.
운동을 하기 전에는 외출할 때면 왠지 모르게 금방 피곤해지곤 했다.
집에서 과제를 하거나 공부를 할 때에도 몇 시간 안되서 몸이 뻐근하고 졸음이 쏟아졌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종일 밖을 돌아다녀도 피로감이 덜하고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어도 더이상 졸음이 쏟아지거나 하진 않는다.
두번째로 하루를 성취감과 함께 시작할 수 있다.
하루 한 시간이지만 그래도 생산적인 행동을 한다는 건 정신건강에 꽤나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뭘 해야 할지 몰라 빈둥거리다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 보면 하루에 정말 밥 먹고 똥 싸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안하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해가 질 때쯤 소위 말하는 현타가 씨게 밀려오곤 해서
자기 전이면 기분이 곧 잘 우울해졌다.
요즘엔 그래도 매일 운동을 하니 위 같은 현타를 맞을 일이 별로 없다.
하루를 통째로 유튜브나 보는데 써버렸다 해도 "그래도 오늘 운동은 했지."라는 위안을 할 수 있다.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정신건강에 꽤나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조금씩 변하는 내 자신을 보는 게 즐겁다.
세 개도 힘들었던 팔굽혀펴기를 지금은 스무 개 넘게 할 수 있고,
처음엔 철봉에 매달리는 것 조차 힘들었는데 지금은 한 개지만 턱걸이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내 몸은 6개월 전과 비교하면 훨씬 보기 좋아졌다.
이렇게 작지만 성취하는 재미가 있다보니 운동을 계속 하게 된다.
웃기는 말이지만 이제 나도 운동 안 하는 날에는 근손실을 걱정한다.
작년과 재작년 지난 두 해 동안 영어회화를 공부하면서 느꼈던 사실 중 하나는
뭐든 꾸준히 하면 조금씩 나아진다는 것이다.
이번에 운동을 하면서도 같은 걸 느끼고 있다.
취업하면 헬스장부터 끊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