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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후 일어난 변화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난 후 지난 3월부터 나는 운동을 시작했다. 체중감량이나 몸 만들기라는 특정 목표를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냥 살면서 언젠가는 운동을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기도 했고, 마침 코로나 때문에 외부활동이 제한되다 보니 딱히 할 일도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루에 15분 정도 팔굽혀펴기를 하는 게 목표였다. 군대에서 그나마 쌓아왔던 기초체력도 다 사라진터라 팔굽혀펴기 3개를 하고 나니 팔이 후들거렸다. 어떻게든 한 세트에 열 개를 채우겠다는 마음으로 안되면 안되는대로 무릎을 바닥에 대고 했다. 그러다보니 금새 열 개는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더라. 그렇게 하루 15분 하던 운동을 30분으로, 45분으로 늘리다가 지금은 아침 하루 한 시각씩 운동을 ..

디지털 교도소 차단 안 한다?

사적 제재 논란 ‘디지털교도소’ 접속 차단 안한다 방심위 통신소위 “해당없음” 의결…불법정보 17건만 차단 www.hani.co.kr 성범죄자를 비롯한 일부 범죄자들이 심각한 죄질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아예 적법한 처벌조차 받지 않는 현실에 대해 공분하는 사이트 개설자와 시민들의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정인의 신상 정보를 공개해 마녀사냥하는 식의 행태가 바람직하다고는 말 못하겠다. 디지털 교도소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표방하지만 결국에는 범죄자들에 대한 단순 증오심리에 기반한 비이성적이고 맹목적인 행위의 결과물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옹호한다고 해서 결코 행위의 정당성이 확보될 순 없다. 디지털 교도소는 정의구현이라는 얄팍한 영웅심리를 빌미로 범죄자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또..

짧은 생각 2020.09.15

의사 파업 논란에 정답은 없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삶을 살고, 그렇기에 서로 다른 현실에 놓여있다. 내가 사는 현실에서는 반대편 현실의 문제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사를 오고가는 문제일 수가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현실에 사는 우리는 결코 반대편 현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정부의 4대 의료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서로의 주장이 결국은 서로 다른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입장에선 당장의 열악한 의료계 노동환경에 대한 고려 없는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의 설립을 주장하는 정부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왜냐면 지금 당장 나를 비롯한 내 옆의 동료 의사들이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편 현실에서는 지방의 열약한 의료..

짧은 생각 2020.09.14

이건 좀 불안하네

나는 살면서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감을 느꼈던 적이 별로 없다.그렇다고 내가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환경에서 자랐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우리집은 굳이 따지자면 평균 이하의 가정이었다.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이혼하시고 그나마 어린 나를 돌봐주시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내가 15살을 넘기 전에 모두 돌아가셨다. 당장 학업과 생활 전반을 스스로 책임져야 했던 나지만 그것 때문에 내 미래가 불행할 것이란 걱정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항상 내가 어떤 식으로든 성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미래를 상상하는 쪽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는 근자감이다.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좋은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꿈을 일찍이 버렸다. 아마 별 뚜렷한 학업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내가 상위..

예수는 믿지 않지만 예수의 삶은 믿는 것

유튜브 채널 나는 군대에 있을 때 종종 군종병인 선임을 따라 기독교 종교행사에 참여하곤 하였다. 언제 한 번은 교회의 목사님과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때 목사님이 해주신 말이 아직까지도 많이 기억에 남는다. 정확한 대화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목사님께 내가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 했고, 나의 이야기에 목사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해주셨다. "중요한 건 예수가 정말 실제했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성경의 적힌 예수의 삶이 얼마나 진실된 삶이었느냐다." 우리가 지금 흔히 말하는 도덕이나 윤리의 많은 부분은 성경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나는 한 번도 성경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지만, 성경에 적힌 예수의 삶이 얼마나 도덕적으로 완벽한 삶이었는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런 예..

짧은 생각 2020.09.06

연대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사회

우리는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알아서 챙겨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게 문제냐고 묻는다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누구도 내 인생을 책임지진 않는다. 이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의 삶에 무관심하라고 한다면 이것은 틀린 말이다. 인간은 스스로 삶을 살아내야 하지만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아이러니 한 존재다. 그것이 우리가 스스로를 책임지면서도 동시에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내 옆이 무너지면 필연적으로 나 또한 무너진다. 어떤 집단에서 사회적인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네 밥그릇은 네가 챙겨."라며 이를 무시한다. 결국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자기들끼리 목소리를 모아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 예컨대 '파업' 같은 것이다. 그러자 관심도 없던 사..

짧은 생각 2020.09.05

날로 정규직 되려고 하면 안 되죠!

지난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 정규직 전환 문제가 불거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은 특히나 더 그랬다. 내 주변 친구들과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도 모두가 이를 두고 부당한 처사이자 차별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충분히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누구는 몇 년씩 정규직이 되기 위해 스펙을 쌓고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르면서 합격의 문턱 앞에서 가슴을 졸이는데 갑자기 뜬금없는 정규직 전환이라니, 화를 내지 않는 게 이상한 상황이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마음이 조금 씁쓸했다. 보안요원이라는 직업적 타이틀만을 두고 '학창시절에 공부 안 한 놈들'이라며 보안요원들을 폄훼하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어디서 공부도 안 한 놈들이 공기업 정규직 자리를 넘봐?"라는 식이었다. 사..

짧은 생각 2020.09.04